커피향

The Loves Of Isadora / Paul Mauriat

히라소리 2020. 2. 7. 19:54




Isadora Duncan

1877-1927


무용을 즐겨 보지않는 나는 드물게 발레공연 본 것과 영상으로 감상한 것이 전부다. 어릴 적 '맨발의 이사도라'라는


그녀에 대한 기사들은 관심이 없었고 폴 모리아 악단의 이 음악은 가는 곳마다 들렸기에 반가운 곡으로

오랫만에 들으며 처음으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오래된 영화도 찾아보게 되었다.


막연히 그런 무용가가 있었네...가 아닌, 그녀의 무용에 대한 철학을 이해하게 되었고 같은 여자로

너무도 안타까운 일생을 살다간 이사도라 덩컨을 전해드리고 싶다.


목까지 채운 단추와 허리를 졸라맨 옷 속에서 침묵하지 않고, 영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가장 아름다운 악기로 여성의 몸은 재탄생되어야 한다는 이사도라.

그녀는 187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생, 태어나던 해 아버지가 운영하던 던컨 은행이 파산했고

부모의 이혼과 파산으로 인해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바다와 바람, 어머니가 피아노로 들려주던 음악, 셸리의 미모사, 꽃의 개화...' 를 사랑한 그녀.
그리스 도자기 전시관에 매료되었고, 박물관에 있는 그림 속의 춤추는 동작을 따라했다.

사람들은 루브르 박물관까지 춤을 추며 길을 가는 그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니체, 베토벤, 쇼팽, 로댕을 찬양했다. 또 그녀는 사람을 춤추게 하는 것은

영혼과 정신이지 기교가 아니라고.


예세닌이란 천재 시인을 사랑했고 그를 만난 이후 단 하루도 평화로운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가 대단한 천재일 뿐 아니라 대단한 미치광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까지 엄청난 고통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작은 키에 가냘픈 체구, 눈부신 금발, 마치 1월의 딸기처럼 보이는 예세닌과,

춤을 추기엔 너무나 살이 쪄버린 깊고 슬픈 눈빛의 이사도라는 무려 열여덟 살 차이가 났다.

평생에 걸쳐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추한 것을 추방해야 한다고 했던 그녀에게 예세닌과의 삶은 추함 그 자체였다.


이사도라의 생애에 평범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독한 가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백만장자의 연인이 되어서도

돈에 대한 개념은 전혀 없었다. 최고의 영광과 치명적인 불행, 모욕..

그리고 붉은 스카프에 휘말려 버린 그녀의 죽음...


이사도라 덩컨을 키운 것은 철학자 니체였다. 니체는 '춤출 수 없는 신은 믿을 수 없다'고,

'우리가 춤추지 않는 날은 잃어버린 날' 이라며 마치 이사도라의 영혼이 써내려간 글처럼.


이사도라의 진정한 첫사랑은 천재적인 무대 미술가 에드워드 고든 크레이그였다.

인간을 속박하는 것들을 모두 벗어던진 그녀와

단순하고도 강렬한 무대를 선보이는 천재 크레이그와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감탄으로 시작되어

사랑의 도피로 이어졌다. 그녀에게 '무용을 포기하고 집안살림을 하며

내 연필이나 깎아줄 수는 없는가' 라고 물었다. 이사도라의 무용에 감동한 무대미술가가 그런말을...


독일의 그뤼네발트에 그녀가 세운 무용학교가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을 때

농담처럼 '백만장자를 어디서 구해와야 한다'고 말했고

그 백만장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재봉틀로 막대한 부를 쌓은 백만장자 패리스 싱어였다.

이사도라의 예술에 반해 그녀의 후원자가 되었지만, 싱어도 고든 크레이그처럼

그녀를 한 여자로 소유하기를 원했고 그녀는 응하지 않았다.


이사도라의 무용에 영향을 준 것은 산드로 보티첼리가 1492년에 그린 〈봄(Primavera)〉이라는 작품.

그림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움과 우아함, 기쁨을 상징하는 세 여신은 몸이 다 비치는

투명하고 얇은 천을 두르고 있다. 그녀는 이 그림을 보며 말했다.

"나는 이 그림을 춤출 것이다. 이 사랑과 봄, 삶과 생명의 환희에 찬 메시지를 춤으로 보여줄 것이다."

이사도라의 그리스식 튜닉과 맨발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보티첼리, [봄]Primavera


이사도라가 춤추는 장면을 찍은 사진은 있어도 그녀의 공연 영상은 남아 있지 않다.

이사도라가 공연 녹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붉은 스카프로 50년의 세월을 매듭지어 버린 그녀의 생애...


나도
당신의 무용 같은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하나의 동작이
깊이 가슴에 남아
그 무게로 고개를 숙여버리던,
그때가 봄이던가, 가을이던가
당신이 존경하는 화가의
그 무리한 표정으로
나도 층층대를 올라가
방문을 한 적이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 당신의 무용,
소리 없는 음악
그래도 충만한 당신의 무용만큼
안부 없는 사랑을
한 적이 있었다.
〈무용(舞踊)〉, 마종기




 

The Loves Of Isadora / Paul Mauriat(맨발의 이사도라 OST)






Mother (Isadora Duncan c. 1923)



Isadora Trailer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