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못 / 양희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그 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무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깊은
속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 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휙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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