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꼬

작은 연못 / 양희은

히라소리 2019. 12. 1. 20:31

 



 


 


작은 연못 / 양희은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
그 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푸르던 나무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연못 위에 작은 배 띄우다가
깊은 속에 가라앉으면
집 잃은 꽃사슴이 산 속을 헤매다가
연못을 찾아와 물을 마시고
살며시 잠들게 되죠


 


해는 서산에 지고 저녁산은 고요한데
산허리로 무당벌레 하나 휙 지나간 후에
검은 물만 고인 채 한없는 세월 속을
말없이 몸짓으로 헤매다
수많은 계절을 맞죠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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