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꼬

터미널 현우-고향의 터미날, 최안순-안개낀 터미날

히라소리 2019. 11. 29. 19:09

터미널

-이홍섭(1965~)


젊은 아버지는

어린 자식을 버스 앞에 세워놓고는 사라지시곤 했다

강원도 하고도 벽지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번뿐인데

아버지는 늘 버스가 시동을 걸 때쯤 나타나시곤 했다


늙은 아버지를 모시고

서울대 병원으로 검진 받으러 가는 길

버스 앞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어디 가시지 말라고, 꼭 이 자리에 서 계시라고 당부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벌써 버스에 오르셨겠지 하고 돌아왔는데

아버지는 그 자리에 꼭 서 계신다


어느새 이 짐승 같은 터미널에서

아버지가 가장 어리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터미널이 ‘여행’의 출발선이라면 좋겠다.

나를 더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 좋은 곳, 이런 터미널만 알고 있다면

당신은 환한 인생을 살아온 셈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면서 알게 된다.

피곤하고 어두운 터미널과 쓸쓸하고 외로운 터미널 등을 배우게 된다.

이홍섭 시인의 시에도 또 다른 인생의 터미널이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어린 아버지의 터미널’이다.

  시인의 고향은 강원도에 있다. 어린 시인은 가끔 아버지를 따라 타지에

나왔는데, 돌아갈 때는 버스를 놓칠까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기댈 곳은 아버지뿐인데, 아버지는 한참 자리를 비우곤 했다.

아버지가 안 오면 어쩌지, 버스가 떠나면 어쩌지, 나는 어쩌지, 이런 생각으로

어린 시인은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다 자란 시인은 또다시 터미널에 오게 되었다.

예전에는 아버지를 따라 왔는데, 이제는 아들이 아픈 아버지를 모시고 왔다.

버스를 타기 전에 아들은 커피도 마셔야 했고 담배도 피워야 했다.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버스 앞에 꼼짝없이 서 있었다.

마치 버스와 아버지를 놓칠까봐 자리를 지키던 어린 자신처럼, 늙은 아버지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아들이 안 오면 어쩌지, 나는 어쩌지, 이런 생각으로 힘없는 아버지는 맘을

졸였을 것이다.

  자라보니, 아버지는 완벽한 사람도 멋진 사람도 아니었다. 잘생기지도, 강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았다.


대단한 아버지를 잃어가면서 우리는 소중한 아버지를 알게 된다.

아마도 아버지는 자식에게 나이와 힘을 나누어 주느라 다시 어려졌는가 보다.


-문학평론가 나민애

[2016년 7월 15일자 동아일보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현우 - 고향 터미날


1. 타향으로 떠나올 때 꽃피던 고향 터미날

순이야 잘 있거라 산 돌아 잘 가거라

서로가 한 마디씩 주고받고 손을 흔들 때

고향 터미날 뒤에 두고 타향으로 떠나가네


2. 순이를 홀로 두고 떠나온 고향 터미날

기다리마 올 때까지 돌아오마 기다려라

서로가 손잡으며 언약하고 손을 흔들 때

고향 터미날 뒤에 두고 타향으로 떠나가네




최안순 - 안개낀 터미날

鄭貴文 작사/ 李寅權 작곡


1.님도 가고 차도 떠난 쓸쓸한 터미날
자욱한 안개 속에 나 홀로 서서
두 손을 흔들면서 떠나간 사람
재회를 약속하며 떠나간 사람
어디쯤인가 어디쯤인가
지금도 가고 있겠지

2.차도 가고 님도 떠난 안개낀 터미날
수은등 기둥 밑에 나 홀로 두고
밤 깊은 고속도로 안개 속으로
재회를 약속하며 떠나간 사람
어느 땐가는 어느 땐가는
행복을 싣고 오겠지
행복을 싣고 오겠지
행복을 싣고 오겠지


(1973, 오아시스 옴니버스음반) 현우-고향터미날, 최안순-안개낀 터미날


1. 고향터미날(현우)
2. 우리는 형제(현우)
3. 사랑의 모닥불(이용복)
4. 당신의 마음(방주연)
5. 꿈 속의 고향(나훈아)

1. 능금(이연아)
2. 옛모습(이연아)
3. 추억의 그림자(박일남)
4. 안개낀 터미날(최안순)
5. 두얼굴(이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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