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afonte
At Carnegie Hall(1959) Harry Belafonte 15 Matilda 11:27 01 Introduction/Darlin' 3:59 02 Sylvie 4:54 03 Cotton Fields 4:18 04 John Henry 5:11 05 The Marching Saints 2:50 06 The Banana Boat Song (Day-O) 3:40 07 Jamaica Farewell 5:10 08 Mama Look a Boo Boo 5:24 09 Come Back Liza 3:06 10 Man Smart (Woman Smarter) 4:23 11 Hava Nagila 4:03 12 Danny Boy 5:21 13 Cucurrucucu Paloma 3:50 14 Shenandoah 3:48
"교과서 음악이 된 세계 민요의 실황 다큐" 세계 민속음악 이른바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은 영미 팝의 쇠퇴가 가시화되는 듯한 근래 들어서야 도드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1980년대 중반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휘몰이판을 벌여 그 존재가 인식되었다. 그럼 그 전에는 전무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미국 음악계에선 일시적이나마 개별 나라의 민속음악 붐은 줄기차게 있어왔다. 1950년대 후반 대대적으로 불었던 칼립소(Calypso) 바람이 그 중 하나였다. 칼립소란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코, 도미니카, 아이티 등 서인도제도 섬나라들의 흑인노예들 사이에서 형성된 민요를 가리킨다. 그 생소했던 칼립소가 팝 인구에 널리 회자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였다. 그는 실제로 어릴 적 부모와 함께 수년을 자메이카에서 살았다. 나중 미국 뉴욕에 돌아와서 유년기의 경험을 잊지 못해, 두 팔 걷어붙이고 서인도 제도의 음악 특히 칼립소의 연구와 녹음에 집중했다. 1956년 그는 아예 라고 제목을 내건 앨범을 발표, 전미차트에 무려 31주간 정상을 차지하면서 칼립소 붐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지금도 칼립소를 대표하는 2곡의 명작 'Jamaica farewell' 'Day-o(Banana boat)'가 바로 그 음반에 수록되어있다(각각 빌보드 차트 14위와 5위 기록). 이 곡들의 전국적 히트와 함께 해리 벨라폰테에겐 '칼립소의 왕'(The king of Calypso)이란 칭호가 붙었다. 1959년 그는 클래식 음악의 전당 카네기홀에서 이틀 간 정신장애아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가졌다. 이 공연을 프로듀스한 밥 볼라드(Bob Bollard)는 벨라폰테는 머뭇거렸던, '성공 가능성이 있으나 위험한 도박'을 제의한다. 그건 카네기 공연실황을 한번 녹음해보자(다시 말해 실황음반을 내보자)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해리 벨라폰테의 공연 가운데 생생한 순간을 가장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얻은 본 앨범, 더욱이 2장 짜리 LP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 음반은 벨라폰테 개인의 영광을 넘어 라이브 앨범의 역사에 있어서도 획을 그은 작품이란 더 큰 영광을 수확해냈다. 당시 가수이자 배우이기도 했던 그만의 청중 흡인력이 공연장의 열기를 타고 전편을 질주한다. 지금으로부터 40년도 훨씬 전인 그 시기에 이런 분위기의 실황앨범이 가능했다는 자체가 놀랍다. 그것이 녹음기술에 힘입음 것이었음은 앨범이 이듬해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엔지니어링 상을 받은 사실로 입증된다. 라이브의 생생함과 관련하여 앨범 마지막 곡이자 공연가수와 객석 상호간의 피드백과 혼연일체가 최고조로 달한 노래 'Matilda'를 잊을 수 없다. 밥 볼라드는 그것을 단적으로 "카네기홀 전체가 노래하고 진동하고있다"고 묘사했다. 이 곡은 국내에서도 1970년대까지 줄기차게 음악다방과 라디오전파를 통해 울려 퍼졌다. 해리 벨라폰테가 칼립소와 서인도제도 음악만 전문으로 다룬 건 아니었다. 이 앨범 이전부터, 흑인의 민요를 중심으로 하되 미국인들이 소화 가능한 민요라면 흑백과 국적을 따짐 없이, 입에 붙이고 대중화를 위한 진전을 꾀했다. 미국의 흑인영가 'When the saints go marcing in', 미국 남부의 흑인 블루스 'Cotton fields', 이스라엘 민요 'Hava nageela', 아일랜드 민요 'Danny boy', 멕시코 민요 'Cu cu ru cu cu paloma' 등은 이미 전작들에서 불렀던 노래들이다. 국내 음악교과서에서 실리고, 교실에서도 불려졌을 만큼 이 노래들은 이제 민요의 범주를 떠나 대중음악의 고전으로 위상을 굳혔다. 해리 벨라폰테 이전에 이미 친근한 레퍼토리임에도 그가 이 곡들의 세계적 대중화의 선두역할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대중화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민요의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했다는 일각의 비판은 쉽게 무력화되었다.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다는 의미보다는, 라이브를 통해 각 나라의 민요를 총괄하고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가히 '세계 민요의 다큐'로 손색이 없다. 솔직히 신작 레퍼토리가 없어 참신함이 떨어지는 앨범이지만 바로 그러한 의의가 개입하고있기 때문에 이 앨범은 라이브 흥취의 절정이라는 이유말고도 고평(高評)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앨범은 전미차트 3위와 함께 무려 168주간 즉 3년 동안 차트에 머무르는 기염을 토했다. 전에 싱글(1957년 11위)로만 발표되었던 곡 'Mama look a boo boo'가 라이브 버전으로 처음 앨범에 실렸다는 것도 즐거운 상여(賞與)이다. 칼립소와 당시 성인층의 음악으로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스윙 리듬을 결합한 이 곡은, 그 무렵이 청년음악 로큰롤의 기세가 대단했던 때였음을 감안하면 한편으로 '성인 스탠더드'의 호흡을 확인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기성세대와 올드 팬들은 수록곡을 줄줄이 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앨범이다. 하지만 흘러온 음악역사의 한 주요시점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신세대 음악팬들도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적 성격의 앨범이다. 통시(通時)성이 분명히 있다. 앨범을 청취할 때 1959년 산물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감동과 경이가 배가된다. 뻔한 얘기지만 흘러간 시절이 흘러간 음악과 동격은 되지 않는다. 2002/05 임진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