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현이는 쏘련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아, 흙바람... 내 책상머리 스피커 위엔
고아 하나가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론 구름 조각만 파랗게, 파랗게
그 앞에 촛대 하나 김용태 씨는 처가엘 가고
백선생은 궁금해하시고
"개 한 마리 잡아 부른다더니 소식 없네. 허 참..."
사실은 제주도 강요배 전시회엘 갔다는데 인사동 찻집 귀천에는
주인 천상병 씨가 나와 있고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커피 주라 나 먼저 커피 주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나 먼저 줘라." 민방위 훈련의 초빙 강사
아주 유익한 말씀도 해주시고
민방위 대원 아저씨들 낄낄대고 박수 치고
구청 직원 왈 "반응이 좋으시군요. 또 모셔야겠군요."
백태웅이도 잡혀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철창 속의 사람들
철창 밖의 사람들
아, 사람들... 작년에 만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삼백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이백여 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 죽고
또 몇 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압구정동에는 화사한 꽃이 피고
저 죽은 이들의 얼굴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아, 사람들... 노찾사 노래 공연장엔
희망의 아침이 불려지고
비좁은 객석에 꽉찬 관객들 너무나도 심각하고
아무도, 아무 말도... 문승현이는 쏘련에 도착하고
문대현이는 퇴근하고
미국의 폭동도 잦아들고
잠실 야구장도 쾌청하고
프로 야구를 보는 사람들, 테레비를 보는 사람들...사람들... 사람들... 그가 음악계에 데뷔한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다. 박은옥 역시 같은 해 [회상]으로 데뷔해 부창부수(夫唱婦隨)하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음악생활 20년을 돌아보는 기념비적 앨범이자 부부 통산 일곱 번째 앨범 [정동진/건너간다]를 발표했다. 이번 7집은 1978년 데뷔 이래 두 사람이 일궈온 시정(詩情)과 80년대 중반의 반골(反骨), 90년대 ‘신명의 선동(煽動)’이 정태춘 특유의 ‘부정적 서정성’과 합치되면서 대중들을 건너가게 한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는 그동안 많은 앨범을 발표했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결혼하기 몇 달 전인 1980년 1월 [사랑과 인생과 영원의 시]를 발표했고, 이후 세 번째 앨범 [우네]의 수록곡은 다분히 관념적인 색채가 강한 가사(나는 누구인고, 나그네)와 국악에의 깊은 관심(여드레 팔십리)이 배어 있다. 거문고와 가야금 등 국악기와 서양 음악의 혼합을 시도했다. [우네]의 실험정신은 그의 국악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했다. 2, 3집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특히 3집)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으로 통렬한 실패는 1984년 4년에 팔백만원이라는 불리한 계약으로 4집 [떠나가는 배]와 5집 [북한강에서]를 발표, 다시 한 번 데뷔 당시의 시정과 내면적 자기 성찰의 음악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가장 대중적인 소위 ‘히트 앨범’을 만들었다. 정태춘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떠나가는 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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