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꼬

이별의 종착역 / 신촌블루스

히라소리 2020. 1. 1. 20:11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외로운 이 나그네길

안개 깊은 새벽 나는 떠나간다

이별의 종착역

사람들은 오가는데 그이만은 왜 못 오나

푸른 달빛 아래 나는 눈물 진다

이별의 종착역



*아~언제나 이 가슴에 덮인 안개 활짝 개고

아~언제나 이 가슴에 밝은 해가 떠오르나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이 나그네길

비바람이 분다 눈보라가 친다

이별의 종착역



 






 ‘버터’ 내음 풍기는 1970년대 걸작
1975년 긴급조치 9호 사태 이후 끝나지 않을 겨울일 것만 같았던 한국 대중음악계는 80년대에 들어서 완연한 봄을 맞고 있었다.


 이 즈음 신촌의 한 골목에 위치한 음악감상실에선 매주 수요일 밤,


 정기적인 블루스 잼의 공연이 열렸는데 앨범을 발매하게 되면서 지은 이름이 신촌블루스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정선을 비롯해 풍선, 장끼들을 거친 엄인호와 한영애, 정서용, 김현식 등이 주축이 됐다.


 


신촌블루스의 두번째 앨범은 데뷔 앨범에 비해 조금 더 ‘버터’ 내음이 풍기는 다


이내믹한 70년대 풍의 블루스 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한영애에 이어 신촌블루스의 여성 보컬 제1선발감으로 자리매김한 정서용과 블루스와 솔에 더욱 심취하게 된 김현식,


그리고 게스트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초대됐다. 장끼들,


그리고 방미와 엄인호 자신의 솔로앨범에도 실렸지만 대중에게 외면 받던


‘골목길’은 김현식이란 보컬을 만나자 그 매력이 비로소 드러났다.


 





김현식의 솔한 음성과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애절한 ‘뽕끼’의 궁합은 너무나 이상적인 것이었다.


 엄인호 솔로 앨범의 신스 팝 넘버였던 ‘환상’


역시 김현식의 보컬과 최상의 연주가 만나면서 전혀 다른 느낌의 곡으로 재탄생했다.

70년대 필라델피아 솔 그룹의 사운드를 재현해보고 싶었다는 엄인호의 바람에 따라


미8군 소속 미국인 연주자들을 브라스 세션으로 기용했다.


 



 


아이러니컬하지만 생전에 다섯장의 앨범을 남긴 김현식이 불렀던 노래 중에 제일 김현식스러운 노래가 아닐까 한다.

이례적으로 거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이정선표 블루스 록의 정수인 ‘산위에 올라’는 ‘골목길’에 가려진 이 앨범의 숨은 보석이다.


 아쉬운 점은 이 앨범 이후 이정선의 음악에서 이런 시도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79년에 발표된 ‘이정선 4’에 수록됐던 슬로 블루스 넘버 ‘아무 말도 없이 떠나요’도


10년 만에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이정선의 기타와 보컬이 진정한 제 빛을 발하고 있다.

엄인호는 신촌블루스라는 집중력 있는 밴드만의 응집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프로젝트의 성격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다음 앨범부터


엄인호 1인 체제의 신촌블루스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90년 봄에 세번째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하지만 몇 달 후 김현식은 갑작스럽게 사망했고,


이정선은 두번째 앨범 발매 후 더 이상 신촌블루스의 스튜디오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정선과 김현식을 잃은 신촌블루스는 침체의 시간을 맞게 된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 시기가 저물어버린 90년대의 시간과 맞물려 있다.

한국 대중음악 르네상스의 마지막 시절이었던 이 시기에


이정선과 엄인호, 김현식 이 셋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절정의 내공을 선보이며 르네상스 시절 마지막 걸작을 남겼다.

이 셋의 스튜디오에서 남긴 결과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사실과


 이 좋았던 시절이 불과 5~6년 정도였다는 것은


대중음악 팬들과 대중음악 역사에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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