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이 / 조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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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간직했던 그님들의 삶을 새삼 기리며.....
앙상한 나뭇가지가 세찬 바람에 파르르 몸을 떠는 모양이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전투복을 입고 길을 걷고 있던 어느 날, 제 눈앞에 한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충~성! 중위님! 날씨 추운데 고생이 많으십니다. 충~성!”
순간 동네가 떠나갈 듯 큰 목소리에 길 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지만, 저는 당황한 기색 없이 웃으며
“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께서도 고생하십시오” 라고 말하고 길을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똑같은 장소에서 그분을 또 뵙게 됐습니다.
저를 발견한 할아버지는 그때처럼 반갑게 경례 구호와 함께 한마디를 하고 지나가셨습니다.
"내가 예전에 6ㆍ25 전쟁에 참전했을 때 생각이 많이 나. 그때 소대장님이 딱 지금 중위님 나이였어.
위에 있는 저 고지 (백마고지) 알죠? 저것 지킨다고....”
저는 전쟁 당시의 기억을 회상하는 할아버지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보았습니다.
동시에 제 머릿속에는 군가 ‘겨레여 영원하여라’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천지가 진동하고 지각이 무너지는 싸움터에서…'
<우리가 실제 전장에서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당시 참전용사들처럼 승리를 향해 적진으로 돌격할 수 있을까?
모든 군인은 ‘당연한 군인의 임무다’ 라고 답하지만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날 이후, 저는 장병들에게 정신교육 때
‘자신이 전장 상황에 있다면 참전용사들 같이 싸울 수 있겠는가?’ 라는 주제로
전투감각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저 또한 학습자의 심정으로 연구하고 심사숙고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전장 상황에서 꼭 필요한 세 가지였습니다.(중략)
저보다도 키가 훨씬 작고 등도 굽어 쓸쓸함까지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저려왔습니다.
그 당시 6ㆍ25전쟁에 참가했던 장병들은 지금의 저와 같은 소대장을 믿고 따르며 목숨을 걸고 나가
싸웠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시대가 바뀌고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모든 것이
성장했지만 휴전선을 지키는 우리 군의 임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선배 전우들이 물려 준 아름다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세상이 떠나갈 듯한 당신의 경례소리가 아직도 가슴속에 메아리칩니다.
언제 어느 순간에도 군 시절을 잊지 않고 대한민국의 안위를 생각하는 당신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전투 영웅이자 우리의 선배 전우입니다.
“이 나라를 지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젠 저희가 지키겠습니다." (국방일보에서)
아마 난생 처음일 꺼야
어머님의 곁을 떠난 건
원한 사무친 휴전선에는
굳은 비만 내리누나
고향을 떠나올 때에
이슬 맺힌 눈동자로
손을 흔들던
점이 얼굴이
꿈속에 또 찿아드네
점이 딸기 꽃이 세번 피거든
그때는 마중을 오오
점이 그때까지 소식없거든
다른 곳에 시집을 가오
이 목숨 바치면 이 목숨 바치면
조국의 영광이 있으리니
- 점이 조영남 노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