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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ria Estefan Mi Tierra 1. Con Los Anos Que Me Quedan / With the Years That I Have Left 2. Mi Tierra / My Homeland 3. Ayer / Yesterday 4. Mi Buen Amor / My True Love 5. Tus Ojos / Your Eyes 6. No Hay Mal Que Por Bien No Venga / Out Of All Bad, Some Goood Things Come 7. Si Senor! / Yes Sir, It's My S-O-N 8. Volveras / you'll Be Back 9. Montuno 10. Hablemos El Mismo Idioma / Let's Speak The Same Language 11. Hablas De Mi / You're Talking About Me 12. Tradicion / Tradition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을 프리마돈나라고 한다면 팝음악의 프리마돈나는 디바(diva)라고 부른다. 예전에 미국의 팝음악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디바들이 한 자리에 모여 콘서트를 하는 모습을 텔레비젼에서 본 적이 있다. 그녀들 중에는 쿠바 출신의 가수 글로리아 에스테판도 포함되어 있었다. 쿠바혁명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하여 플로리다에서 활동하며 라틴계를 중심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글로리아 에스테판의 음반 중에는 떠나온 고향 쿠바를 그리워하는 '나의 조국(Mi tierra)'이 있고, 이 음반에는 '어제(Ayer)'라는 곡이 실려 있다. 어제 나는 당신이 내게 주었던 꽃을 발견했어요. 당신이 내게 주었던 사랑의 이미지 그 사랑스러운 카네이션은 아직도 향기를 간직하고 있어요. 어제 나는 당신이 내게 주었던 꽃을 발견 했어요. 아직도 나는 당신이 내게 보낸 편지를 간직하고 있어요. 그 편지에는 당신의 열정 어린 눈빛이 찍혀 있지요. 카네이션 옆의 당신 이름이 나를 슬프게 했어요. 나는 아직도 당신이 내게 보낸 편지를 간직하고 있어요. 사랑했지만 지금은 헤어진 사람을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슬픈 내용의 노래다. 그러나 가사 내용과는 달리 음악은 시작부터 경쾌한 리듬으로 시작한다. 콩가, 봉고, 마라카스(열매를 작은 통에 넣어 손으로 흔드는 악기), 히로(긁어서 소리 내는 빨래판 같은 악기)등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타악기 소리는 가사를 모르고 듣는 사람에게는 신나는 댄스 곡으로 들린다. 음악을 듣고 있자면 자연스레 엉덩이가 들썩거려져 발장단이라도 맞추지 않고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신나는 리듬에 이렇게 슬픈 내용의 가사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자 떠나온 고향 쿠바에 대한 진한 향수를 담고 있는 ‘나의 조국’도 마찬가지다. 젊음의 열정은 수난을 동반한다. 영어 단어 passion이 열정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예수의 수난을 의미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젊음의 열정은 약동하는 힘이고 거칠 것 없는 자유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때로는 무질서하다. 빛이 강하면 어둠도 깊은 법이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무엇을 향하여 떨어 진다는 의미도 없이/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취(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나태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높이도 폭도 없이/떨어진다. 김수영 시인이 노래했듯이 젊음의 열정은 두려움 없는 폭포 같은 힘이지만, 곧게 떨어져 내린다는 것은 젊음이 감당해야 할 수난이다. 그리고 그런 수난을 거쳐 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젓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흔들리며 피는 꽃>전문 열정은 수난을 동반하고, 그런 수난이 한 송이 꽃으로 피어 난다면, 라틴 음악은 거꾸로 수난이 열정으로 피어난 화려한 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콜럼버스가 초록빛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첫 발을 디딘 이후 라틴아메리카 5백년 역사는 줄곧 수난의 역사였다. 스페인 정복 초기에 유럽인이 가져온 질병과 강제 노역으로 엄청난 수의 원주민이 죽었고,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혹사당했으며, 강대국의 이데올로기의 격전장이 되면서 민중들의 삶은 늘 고난 속에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난의 과정에서 라틴아메리카의 문화는 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문화가 뒤섞였고 여기에 아랍과 아시아 문화까지도 결합된 아름다움과 깊이를 갖는 잡종(잡종)의 문화를 이루었다. 오늘날 쿠바를 중심으로 한 라틴아메리카가 다양한 음악과 춤의 진원지가 된 것은 역사적 수난을 견뎌내고 타자의 문화를 용인하는 잡종 문화의 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라틴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수난의 삶을 화려한 음악과 춤의 꽃으로 피워낸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주변의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보면 어떨까? Shall we dance? 김은중교수, 문학비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