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꼬

애심 / 최백호

히라소리 2019. 12. 31. 21:39




 


인간관계에 있어서 고집(固執)만큼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듯하다.


어쩌면 아예 불필요할 정도이다.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고집은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보다는 편견과 아집이 되기 십상이다.


양보하고 이해해주고 그래서 아량이 넘쳐 보이는 것이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고집이 늘 불필요하기만 한 것인가? 물론 대부분의 일반인에게는 버려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예술활동이나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지고 있을 정도가 아니라 어쩌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들에게 고집은 때론 그들 존재의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물이 나오지 않는 데도 끝까지 한 우물만 파는 고집.


그런 지독한 고집을 옹고집, 황소고집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자꾸만 보편화·획일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 그럴수록 고집쟁이가 더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고집쟁이가 낭만적이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금상첨화겠지만.

가수 최백호는 고집쟁이다. 처음 그를 카메라 앞에서 본 순간 그냥 얼굴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터프하면서도 짙은 눈썹과 꾹 다문 입술 그리고 가늘게 뜬 눈


사이로 날카롭게 쏘아보는 시선은 전형적인 고집쟁이의 이미지다.


 


 




하지만 가수로서 최백호의 고집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무슨 마술 같다.


특유의 알 듯 모를 듯 희미한 미소 사이로 들려주는 깊은 목소리는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애틋한 행복을 주고 있다.


음유시인이라고 할 만큼 일관된 아름다운 노랫말들은 늘 우리 곁에서 잊을 듯하면 다가와 감성을 일깨워준다.


 때로는 절규가 실린 듯한 그의 목소리는 여느 가수들과는 달리 고집스러운 삶이 배어 있다.


그의 얼굴에서 보여지는 솔직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삶이 고스란히 그의 노랫말에 스며 있지 않은가?

연예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티끌만한 가식도 없이, 언제나 흰 머리카락 날리며 고집스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며 노래 부르는 가수 최백호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남자에게 이상적으로 비쳐진다.


 나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늙을 수 있을까, 라는 부러움과 함께….


 그래서 많은 실력파 후배 가수들에게 가수의 꿈과 영향을 끼친 몇 안 되는 존경받는 선배이기도 하다.



 




최백호의 얼굴을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의 얼굴, 특히 남자의 얼굴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긴 세월 갈고 닦인 큰 강의 바위처럼 시간과 깊이가 만들어 주는 것이 남자의 얼굴이다.


하지만 최백호의 얼굴은 바위와 달리 오랜 역사에도 둥글어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여전히 세상을 향한 모나고 거침없는 고집이 있다.


그 나이 보통 남자들과는 다르게 말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행했던 양보와 타협


 그리고 아량이라는 이름의 자아상실을 경험한 동지들이여,


 한 고집스러운 낭만파 가수의 삶과 노래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이왕이면 요즘처럼 궂은비 잦은 날, 소주라도 곁들여서 말이다.





 


오늘이 가기전에 떠나갈 당신이여
  이제는 영영가는 아쉬운 당신이여
  바람이 부는 언덕 외로운 이언덕에
  나만 홀로 남기고 어딜가나 내 사랑아
 
  헤어질 사람이면 정들지 말고
  떨어질 꽃이라면 피지를 마라
  언제나 빛나는 보석이 되어
  영원히 변치않을 원앙이 되자
  원앙이 되자  원앙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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